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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차 직장인이 읽은 책, 말 그릇

by cllip 2025. 7. 30.

도서관에 책이 많이 꽂혀 있는 사진

 

‘말’은 관계를 세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관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말그릇』은 기술적인 말하기 방식보다 말 이전의 ‘태도’와 ‘마음의 상태’를 성찰하게 만든다. 조직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직장인이라면 말의 방식보다 말의 깊이에 더 많은 무게를 두게 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가치를 발했다고 생각한다.

 

 

말이 전달하는 것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

표면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책처럼 보이지만, 『말그릇』은 말하는 ‘기술’보다 말의 ‘기반’을 다룬다.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문장력이나 어휘력이 아니라, 말이 전제하고 있는 정서적 토대다.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는 상대의 마음을 열게 하고, 누군가는 벽을 만든다. 책의 핵심은 바로 이 차이가 말의 양식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내면의 그릇’에서 비롯된다는 데 있다. 사람마다 말의 크기, 깊이, 온도가 다르다는 비유는 단순하면서도 설득력이 있다. 주위에서도 “말하기 기술서가 아니라 자기 이해를 돕는 심리서 같다”, “책을 읽다 보면 타인과 대화하기 이전에 내 상태를 점검하게 된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 지친 직장인들이 ‘말을 고르기 전에 마음을 먼저 고르는 연습이 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결국 업무 현장에서의 대화는 논리보다 정서가 먼저 작동한다. 겉으로는 정제된 문장을 주고받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이나 피로감은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책은 그 맥락을 구체적인 사례 없이도 충분히 인지시켜주는 흐름을 갖고 있다.

 

 

 

 

관계의 밀도는 말의 질에서 비롯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말의 품이 넓은 사람이 더 오래 남는다는 조직 내 경험은 적지 않다. 『말그릇』은 말의 완성도가 외형이 아니라 마음의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말이 거칠거나 급한 경우, 내용보다 그 말이 나오는 감정 상태가 더 강하게 전달된다. 반대로 과하게 정제된 말도 신뢰감을 주지 못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말의 형식이 아니라,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가’이다. 책은 이를 설명하는 방식에서 단순한 이론서와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 설득하려 하지 않고 조용히 독자의 내면을 바라보게 하는 구성이다. 직장인 독자라면, 특히 중간관리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이라면 이 내용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감정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말의 질은 곧 관계의 질로 이어진다. 상대방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말은 결국 그 관계를 단기적으로 유지하더라도 신뢰를 잃게 한다. 말의 그릇을 넓힌다는 개념은 곧 관계의 여백을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말은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깊이’를 드러낸다

최근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도서가 화법이나 설득 방식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말그릇』은 심리적 기반을 먼저 다루는 것이 특징이다. 말은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깊이를 반영하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이나 상황별 대응력이 아니라, 말이 전달되기까지의 감정 상태와 자기 인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조명한다. 다만 이 책은 정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는다. 정제된 매뉴얼보다는 독자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같이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실용서라기보다는 감정 중심의 에세이에 가깝다”, “직접적 해법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의도는 실천법 제시보다 ‘기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말이 가진 힘은 점점 더 깊어진다. 이 책은 그런 관계의 흐름에서 스스로를 점검하고, 나아가 타인에게도 여유 있는 언어를 건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말그릇』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말의 본질을 다룬다. 화려한 말보다 진심이 전해지는 말, 빠른 대화보다 여백이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말이 곧 그 사람을 설명하는 시대이다. 결국 말을 가꾸는 일은 곧 자신을 다듬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