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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직장인이 리뷰하는 책, 일의 격

by cllip 2025. 8. 14.

회사가는 길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직장생활이란 게 단순히 오래 버틴다고 잘하는 것도 아니고, 윗사람 눈치만 본다고 좋은 평가가 나오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를 지키면서 일하고 싶고, 의미도 찾고 싶고, 관계도 망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런 요즘, ‘일의 격’이라는 책은 단순한 업무 팁이나 리더십 매뉴얼이 아니라,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이 리뷰는 그 질문에 대해 나 스스로 어떤 답을 찾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내 일상과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적어보려고 한다.

 

 

조직에 애써도 남는 게 없다 느껴질 때

회사생활이라는 게 점점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내도 다음 날엔 또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 성과를 냈지만 내 진심이나 수고는 보이지 않는 느낌. 특히 누군가를 챙겨야 할 자리에 설수록, 내가 뭘 위해 일하는지 흐릿해진다. 예전엔 인정받는 게 중요했는데, 요즘은 그냥 무탈하게 하루를 넘기는 게 최선일 때가 많다.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거창한 동기부여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는 확실히 마음이 다르게 움직였다. 격이라는 단어가 처음엔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읽다 보면 그건 ‘높은 기준’이 아니라 ‘품위 있게 일하는 태도’라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일이란 게 누가 뭐라든, 내가 내 방식대로 지켜내야 하는 어떤 선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는 다짐이랄까. 내가 무언가를 잘 해내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되짚어보면, 주변에서 뭐라고 평가하든 그 일에 내 마음이 제대로 담겼던 때였다. 책을 통해 그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되면서, 앞으로의 선택도 조금은 덜 흔들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 잡는 법

요즘 직장생활에서 제일 지치는 건 ‘사람’이다. 일보다 사람 사이의 일들이 더 어렵다. 누군가를 챙겨야 하고, 누군가는 나를 평가하고, 누군가는 내 자리를 탐내는 것 같고. 처음엔 잘 지내보려고 했던 마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괜히 말 섞지 말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건, 그 거리두기가 꼭 나쁜 건 아니라는 거다. ‘거리를 잘 둔다는 건, 관심을 끊는 게 아니라 상처받지 않을 만큼의 선을 세우는 것’이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인간관계에서 너무 가까워지려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렇다고 너무 차갑게 굴 필요도 없다. 일하면서 점점 더 중요하게 느끼는 건 ‘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는 기술’인데, 책 속의 여러 장면에서 그런 힌트를 많이 얻었다. 특히 ‘리더는 먼저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는 단지 윗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내 일터에서도, 내가 누군가를 챙길 때도 통하는 말이었다. 가끔은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한 내 모습을 돌아보며 민망해졌고, 때론 ‘내가 참 많이 애쓰고 있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이게 되기도 했다. 관계에서의 ‘격’이란 결국, 나를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는 절제의 미학이라는 걸 조금은 체득하게 되었다.

 

 

 

무너지는 나를 붙잡는 기준 하나

일도 잘하고 싶고, 삶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 욕심이 스스로를 더 벅차게 만든다. 어느 날은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들어버리고, 다음 날 아침엔 업무 파일 하나를 놓쳐서 혼나고. 어쩌다 이렇게 매일이 쫓기는 삶이 되었나 싶다. 그럴 때면 ‘이 일, 계속 해야 하나?’라는 의문이 밀려온다. 책은 그런 순간에 기준을 하나 주었다. ‘이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묻는 것. 남들이 보기엔 대단치 않은 일이라도, 내가 중심을 잡고 해내는 순간 그건 나에게 중요한 일이 된다. 이 기준이 있으면 퇴근이 늦어도 덜 억울하고, 야근 후에도 기분이 덜 무너진다. 또 한 가지, ‘지금 이 일이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가’를 자문해 보라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매일이 비슷비슷한 하루라도, 그 안에서 뭔가 하나는 내가 결정하고 있다고 느끼면 삶이 조금은 달라진다. 일과 삶을 완벽히 나눌 수는 없지만, 둘 사이에서 내 마음이 너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말들이 이 책에는 많았다. 그래서인지 읽고 나서 며칠은 덜 지치고, 더 단단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일의 격’은 일을 더 잘하고 싶어서 읽는 책이라기보다, 일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기 위해 꺼내보게 되는 책이다. 읽는 동안 내 안의 혼란을 말로 정리할 수 있었고, 다 읽고 나서는 ‘그래도 나는 잘하고 있구나’ 하는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