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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마케터가 리뷰하는 도서 듀얼 브레인

by cllip 2025. 7. 28.

도서 듀얼 브레인 관련 ai 반도체 칩 사진
출처 : 픽사베이

 

기술이 마케팅의 정교함을 결정하는 시대. 하지만 브랜드의 방향을 가늠하는 건 결국 사람의 사고다. 『듀얼브레인』은 바로 그 사람의 ‘생각 방식’을 두 개의 시스템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한다. 마케팅 현장에 몸담고 있으면, 실전에서의 판단이 대부분 감각적 반응에 의해 이뤄진다는 걸 깨닫는다. 동시에, 데이터와 전략이 아무리 완벽해도 의외의 변수에 흔들리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틈을 설명해준다. 

 

 

 

너무 익숙해서 위험한 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브랜드를 ‘이유 없이’ 좋아하거나, ‘느낌상’ 신뢰하거나, ‘왠지’ 싫어하게 된다. 『듀얼브레인』은 이런 ‘왠지’를 설명하는 데 명확하다. 빠르고 자동화된 사고 체계, 시스템1. 이 시스템은 하루에도 수천 번 작동하며, 소비자의 판단을 설계하는 무형의 프레임이 된다.

책에 나오는 예시 중 하나는 가격 지각 실험이다. 39,000원과 40,000원이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특정 단어나 색상이 구매 충동을 유발하는 구조, 심지어는 제품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판단이 달라지는 소비 심리까지 이야기를 한다. 이런 내용들은 마케팅 실무에서 여러 번 경험한 일이지만, 이렇게 정리된 이론과 심리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읽는 건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무엇보다도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이 시스템1이 ‘편리한 사고’를 제공하는 동시에 얼마나 많은 ‘의사결정 실수’를 유발하는가에 대한 통찰이다. 실무에서는 때때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고, 그때 시스템1의 직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감각이 진짜 경험인지, 아니면 반복된 노출에서 비롯된 착각인지 구분하는 건 언제나 쉽지 않다.

 

 

 

정교한 판단에는 에너지가 든다

느리고 논리적인 사고 방식, 시스템2는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능하면 작동시키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을 설계할 때, 특히 고객 여정 설계나 브랜딩 포지셔닝을 고민할 때는 반드시 이 시스템2가 작동해야만 한다.

책을 읽으며 특히 공감한 건, 시스템2가 ‘합리적 사고’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합리화’를 위한 장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데이터를 왜곡해서 보는 습관, 자신의 직감을 정당화하기 위해 논리를 끌어오는 메커니즘. 실제로 많은 브랜드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분석이라는 이름의 감정적 판단이 얼마나 많았는지 돌이켜보게 한다.

예를 들어, 한 브랜드 캠페인이 실패했을 때, 내부에서는 “타이밍이 안 좋았다”, “고객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는 식의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깊이 파고들면, 캠페인 설계 당시의 판단이 충분히 구조화되지 않았음을 발견하게 된다. 『듀얼브레인』은 그런 순간들을 되짚게 만든다. 사고 체계의 작동 과정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전략 설계에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

마케팅이 기술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지금, 의사결정의 주체로서 인간의 사고 체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전략의 정밀도를 높이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AI는 예측할 수는 있어도 설득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여전히 마케터의 중심 과제가 되는 것이다.

『듀얼브레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광고 문구를 설계할 때, 어떤 정보가 먼저 노출되어야 하는지, 어떤 문장이 직관을 자극하고 어떤 문장이 신뢰를 얻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구조를 제시한다. 브랜드 메시지의 순서, 타깃에 따른 전달 방식, A/B 테스트 설계까지… 실무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이 책의 적용 범위가 넓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후반부에 나오는 전문가의 판단 오류와 경험 기반 직감의 함정에 대한 설명은, 오랜 시간 실무에 익숙한 사람에게 특히 무겁게 다가온다. 익숙함이 만들어낸 ‘자동 반응’이 때로는 정답을 가리는 가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때는 확신에 찼던 전략이 시간이 지나면 의심스러워지는 이유가 거기 있다.

 

 

 

『듀얼브레인』은 사고를 이론적으로 나누는 데서 멈추지 않고, 마케팅 현장에서의 오판과 성공, 직감과 분석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날카롭게 짚는다. 익숙한 판단을 잠시 멈추고 사고의 구조를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