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드로우’는 콘텐츠와 SNS에 지친 요즘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아주 현실적으로 묻는 책이다. SNS가 일상이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드러내야만 살아남는 시대.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을 지키며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책은, 나에게도 꽤 많은 질문을 던지게 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된 시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일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뭔가 공들여 했는데, 반응이 없다. 그런 시기가 있었다. 커리어가 10년 가까이 쌓였고, 나름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시기에 이 책을 읽게 됐다. “어쩌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답답함은, 남들이 만든 기준에 맞춰 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그런 질문을 던지게 한다. 단순히 ‘자기계발서’의 언어로 '너도 할 수 있어!'라고 외치는 책이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현실적이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이 튀어나온다. 그런데 그게 전혀 무겁지 않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다. 사실 나는 항상 '콘텐츠'라는 단어에 피로감을 느껴왔다. 무언가를 만들고, 올리고, 반응을 신경 쓰고, 비교하고. 그게 어느 순간부터는 일이 아닌 '내 존재'를 증명하는 수단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꼭 거창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냥 나다운 걸 기록하고, 나답게 쌓아가는 것도 충분히 콘텐츠가 된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위안이었다.
어쩌면 인간관계보다 더 복잡한 나 자신
사람들은 자기 PR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도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늘 막막했다. 이 책은 그런 막막함을 아주 작고 단순한 방식으로 풀어준다. "일상을 기록해라", "당신의 언어로 말해라", "작은 일에도 의미를 담아라" 말로 들으면 별 거 없어 보이지만, 그걸 365일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걸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는 걸, 다양한 에피소드로 보여준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어렵지만, '나 자신과의 관계'는 더 복잡한 것 같다. 나를 아는 척하지만, 사실 잘 모르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걸 자꾸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지고. 그 모든 걸 마치 거울처럼 들이대는 책이었다. 브랜딩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SNS 잘 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 같지만, 사실 이건 결국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보여주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걸 다시 깨달았다. 남들이 좋다는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호흡으로 나아가는 거. 그게 어쩌면 진짜 브랜딩 아닐까 싶었다.
보이지 않는 것의 힘
나는 늘 결과 중심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성과, KPI, ROI. 그런 것들이 익숙했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보이지 않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특히 저자가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리던 시절 이야기. 별 반응 없던 시절에도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가며 기록을 이어가던 모습은, 내게 묘한 자극을 줬다. 성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만의 공간에 나만의 속도로 쌓이는 무언가는 결국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든다는 것이다. 요즘은 SNS든 직장이든, 사람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다. 그래서 다들 힘들어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진짜 내 모습은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조용히 말 걸어준다. "괜찮다. 지금 그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 다만 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기록해 보자"고. 그게 글이든, 사진이든, 메모든 상관없이 말이다.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은, 결국 자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저자의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이 책은 나에게 ‘브랜딩은 포장하는 게 아니라,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걸 알려줬다. 이제는 무조건 반응을 쫓기보단,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남기려고 한다. 삶의 속도도, 생각의 방향도, 조금씩 바뀌었다. 요즘 같은 1인 브랜딩 시대에, 누구나 ‘나를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한다. 그럴 땐 이 책이 꽤 괜찮은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