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는 발간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어떻게 하면 최적의 브랜딩 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탁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브랜드가 왜 중요한지, 브랜드가 결국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차분히 짚어준다. 한참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브랜딩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나에게 큰 도움을 준 책이다.
브랜드는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하루하루 버티듯 일하고 있던 어느 밤이었다. 업무는 늘 비슷했고, 프로젝트가 성공해도 마음 한켠은 허전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희미해졌다는 걸. 브랜딩이란 말을 들으면 보통 제품의 포장이나 광고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낸다. 브랜드는 곧 ‘철학’이고 ‘태도’라는 것. 회사에서 내가 맡은 브랜드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단순히 KPI를 채우는 것보다, 이 브랜드가 가진 고유의 색깔을 고민하고, 고객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내 일에도 다시 애정이 생겼다. 그건 사소한 변화였지만, ‘의미’라는 단어를 되찾게 해 주었다.
내 이름 석 자도 하나의 브랜드다
이 책이 인상 깊었던 건,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 이야기만 다루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 자신도 브랜드다’라는 메시지는 흔히 들을 수 있지만, 이 책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간다. 내가 회사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동료나 상사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인식하는지, 심지어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까지. 처음엔 좀 낯설었다. 하지만 곱씹다 보니, 결국 나도 내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사람을 대할 때, 더 신중해졌다. 내가 뱉는 말, 내 표정, 말투 하나하나가 다 기억되고, 쌓여서 하나의 인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건 단지 업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디테일’들이었다. 요즘 인간관계가 피곤하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결국 이건 서로의 브랜드를 존중하려는 여유가 부족한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육아도 결국 브랜딩이었다
책을 읽다 보면, 마케팅 영역에서 벗어난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오히려 가장 오래 남았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일상 속에서도 브랜딩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예를 들어 아이가 부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 내가 아이에게 어떤 태도를 일관되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엄마(또는 아빠)’라는 브랜드가 형성된다는 것. 육아는 감정의 연속이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는 부모의 얼굴을 보고 하루를 다시 시작한다. 그 순간, 내가 쌓아온 신뢰와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다시 돌아보게 됐다. 브랜드는 말이 아니라 행동에서 나온다는 문장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아이에게도, 주변 사람들에게도 ‘말보단 모습’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는 일, 관계, 육아까지 삶의 다양한 영역을 비춰보게 만든 책이다. 단순히 마케팅 책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정도로, 그 안에는 삶을 더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힌트가 있다. 요즘처럼 나를 잃기 쉬운 시대에, 이 책은 ‘내가 누구인지’ 조용히 묻고 있다. 브랜딩이란 결국, ‘나를 정리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