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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에세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책 리뷰

by cllip 2025. 8. 15.

행복 관련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세상에 크고 요란하게 말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깊게 들여다보는 시선을 담은 책이다. 언제부턴가 ‘어른’이라는 말이 점점 무겁게 다가왔던 나에게 이 책은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메세지를 주었다.

 

 

잠시 내려놓고 싶었던 그날

요즘도 손이 많이 가는 책들이 카테고리가 있다. 주로 나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이거나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서 대부분 방향을 찾기 위한 책들이다. 마케팅, 브랜드,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 일에 쫓기듯 책도 소비해왔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리듬이 너무 피곤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인사이트보다 필요한 건 잠깐의 숨 돌림 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아주 오랜만에 에세이를 골랐다. 책을 고를 때 특별히 뭘 기대했던 건 아니다. 그냥 조용한 제목이 마음에 걸렸고, 펼쳐본 페이지 몇 줄이 이상하게 마음에 머물렀다. 그렇게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나에게 어떤 해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잠시 멈추게 했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지, 어떻게 더 잘해야 하는지 묻던 일상이 잠깐 멈췄다. 특히 “가장 많은 위로는 가만히 있는 것이다”라는 느낌이 드는 문장들 사이에서, 나는 오히려 내가 나를 몰아붙였다는 걸 알게 됐다. 열심히 사는 건 좋은데, 스스로를 다그치는 건 다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 사이에서 지쳤던 마음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일 그 자체보다 사람 사이에서의 감정 소모다. 완벽한 협업은 없고, 늘 충돌과 타협이 반복된다. 그런 과정에서 지쳐갈 때, 가장 먼저 무뎌지는 건 내 말투와 태도였다. 이 책의 문장 중 하나가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화를 내서가 아니라 마음을 닫아서라는 것. 그 문장을 보고 난 후, 내가 얼마나 자주 무관심이라는 태도로 벽을 쌓아왔는지 돌아보게 됐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도 관계도 다 똑같다. 결과에 쫓기고 감정에 피로해지면, 결국 중요한 걸 놓치게 된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에게 실망하면 너무 빨리 등을 돌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조용한 거리두기’와 ‘가만히 있음의 배려’는 다르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느꼈다.

 

 

삶을 고치는 게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준 책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이상하게도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줄어든 건 아니었는데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마도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내 무의식 속 깊은 곳에 들어왔기 때문일 거다. 나는 매일 결과를 만드는 일을 한다. 숫자와 데이터로 말해야 하고, 성공과 실패가 뚜렷한 세계에서 산다. 그래서 더더욱, 모든 걸 다 증명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처음으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냥 나로서 괜찮다는 느낌. 그래서 요즘엔 그 여운을 오래 남기고 싶어졌다. 일기를 조금씩 다시 쓰기 시작했고, 일주일에 하루는 퇴근 후에도 컴퓨터를 켜지 않으려고 한다. 별건 아니지만, 이런 작은 변화가 삶의 결을 바꾸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육아에 지쳐 있는 친구였다. 아이를 재운 뒤 짧은 시간을 자기 앞에 놓을 수 있다면, 이 책이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 같았다. 혹은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고민 중인 누군가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는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잠시 바꿔주는 책이다. 지친 일상 속, 조용히 혼잣말을 걸어줄 책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