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회사만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이름값을 높이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은 그런 흐름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와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준다. 단순한 전략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시장의 흐름을 동시에 꿰뚫는 통찰을 준다.
책 리뷰
처음 이 책을 집어 든 건 포지셔닝에 대한 깊은 고민 때문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지금 내 삶에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묻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마다 ‘내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더 빛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는데, 이 책이 그 해답의 실마리를 건네줬다. 책에서는 단순히 ‘좋은 것’을 만드는 것보다 ‘남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게 래디컬 콘셉트이라는 개념이었다. 쉽게 말해,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될 만큼 대담하고 단순한 방향을 선택하는 것이다. 나는 이걸 읽으면서 예전에 회사에서 진행했던 캠페인이 떠올랐다. 당시엔 ‘모두가 좋아할 만한 메시지’를 만들려고 애썼는데, 결과는 평범했다. 그때는 몰랐다. 평범함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걸. 이 개념은 얼마 전 내가 시청했던 노희영의 유튜브 영상에서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에게 호불호가 없다는 것은 다른 누구도 따라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것, 그만큼 특색이 없다는 뜻이었다. 래디컬 콘셉트는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거부감을 줄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압도적으로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책장을 덮고 나서,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연결해 생각했다. 팀원들에게 "우리가 팔고 싶은 걸 파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걸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꺼냈다. 그리고 거기에 한 마디를 더 붙였다. "그걸 래디컬하게 표현하자." 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포지셔닝이 단순히 광고 문구 하나 바꾸는 일이 아니라, 회사의 방향 자체를 틀어버릴 수 있는 힘이라는 걸 체감했다.
마케팅 전략
책에서 말하는 전략의 본질은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길을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길을 찾았다면, 반쯤 안전한 방식이 아니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게 래디컬 컨셉의 힘이다. 나는 이걸 읽으며 예전 경험이 떠올랐다. 몇 년 전, 회사에서 시장이 포화된 제품 카테고리에 새로 뛰어들자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대부분 ‘경쟁사보다 조금 더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그 시장에서 아무도 차지하지 않은 자리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조금 더 좋은 것’은 이미 남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끼어드는 일일 뿐이었다. 그리고 설령 새로운 자리를 찾았더라도, 우리는 안전하게 표현하려 했을 것이다. 래디컬 컨셉은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압도적으로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육아용품 시장이라면 ‘엄마도 쓰는 제품’이 아니라 ‘아빠 전용 육아 도구’처럼 확실하게 구분 지어버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반은 외면하더라도, 나머지 반은 강하게 끌어들인다. 이건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도 적용된다. 나를 단순히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만 포지셔닝하면,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나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자리를 잡으면, 주변에서 나를 찾는 빈도가 확 달라진다. 이런 부분이 최근 퍼스널 브랜딩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브랜딩
이 책을 읽으면서, 브랜딩이란 단순히 로고나 디자인이 아니라 ‘기억에 남는 이유’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리고 그 이유를 더 강렬하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래디컬 컨셉이다. 사람들은 애매한 걸 기억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떠올릴 때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기억하는 브랜드들은 제품이 좋았기 때문만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그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지인이 육아 이야기를 하다가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걸 들었다. 알고 보니, 그 브랜드는 ‘아이에게 안전한 첫 선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건 광고 문구 하나로 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일관된 메시지를 쌓아 올린 결과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단순하고 강렬했기에 가능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 이름이 어떤 단어와 연결될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직장에서, 친구 사이에서, 온라인에서. 브랜딩이란 결국 ‘내가 어떤 순간에 떠오를 사람인지’를 정하는 일이고, 그 선택은 결국 내가 매일 하는 행동과 말에서 드러난다.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잘하는 사람’보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유리하다. 그리고 먼저 떠오르기 위해서는 래디컬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그걸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과정이 사람 냄새나게 흘러가야 한다는 걸 잊지 않게 한다.
『슈퍼 포지셔닝의 전략가들』은 내 일에 당장 써먹을 전략서이자,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시 보게 하는 심리서 같은 책이었다. 특히 래디컬 컨셉이라는 개념은 내가 그동안 안전하게만 가려했던 습관을 흔들어 놓았다. 포지셔닝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마케팅 용어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묻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덮고 나서, ‘내가 누구인지’보다 ‘내가 누구로 기억될지’를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