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더 이상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SNS와 1인 미디어 시대, 한 사람의 이름과 얼굴이 곧 브랜드가 되는 세상이 열렸다. 『촉촉한 마케터』는 단순히 마케팅 기법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자신만의 경험과 생각을 어떻게 시장에서 가치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글은 책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왜 이 책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이었는지, 그리고 읽고 난 뒤 내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중심으로 풀어보도록 해야겠다.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를 피할 수 없다고 느낀 순간
최근 몇 년간 SNS 알고리즘과 소비자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브랜드보다 사람을 먼저 팔로우하는 흐름이 강해졌다. 예전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 전면에 나섰지만, 이제는 그걸 만든 ‘사람’이 전면에 나선다. 아무리 제품력이 좋다고 해도 어떠한 사람이 브랜딩이 되어 그 사람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사용하는 제품들을 팔로우하며 구입하는 성향이 더 커졌다. 나 역시 오랫동안 여러 브랜드를 키워왔지만, 정작 내 이름이 브랜드로 작동한다는 생각은 깊게 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강연 요청 메일과 협업 제안서에 ‘당신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문장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나에게 필요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철학을 어떻게 콘텐츠로 풀어내고, 그 콘텐츠가 어떻게 사람들의 신뢰와 구매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읽다 보면 ‘이제 숨을 곳이 없다’는 기분이 든다. 이름 석 자로 살아남아야 하는 시대, 그 무게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도 함께 제시한다.
생각과 관점을 ‘시장성’ 있게 만드는 방법
책 속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생각을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었다. 단순한 자기표현이 아니라, 사람들이 ‘돈을 주고라도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이야기의 뼈대와 살’을 구분하고, 뼈대는 일관성을, 살은 시대성과 유연성을 가지라고 말한다. 나도 콘텐츠를 만들 때, 한동안 트렌드에만 맞추느라 내 이야기가 공허해졌던 시기가 있었다. 책을 읽으며, 그때 왜 반응이 점점 식었는지 이해가 됐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단순한 유행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 가다. 이 깨달음 덕분에 최근 나는 매일 아침 15분씩 ‘내 생각 정리’ 시간을 확보했다. SNS에 올리지 않더라도, 내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쌓이고 있다. 이건 명확히 책 덕분에 생긴 변화다.
사람 냄새가 나는 브랜딩의 힘
요즘은 AI가 쓴 콘텐츠가 넘쳐나고, 광고성 문구가 너무 매끈해서 오히려 믿음이 안 가는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말과 행동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새삼 느낀다. 지금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AI를 사용하기 때문에 글을 읽으면 바로 사람이 쓴 글인지 AI가 써 준 글인지 알아 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와닿았던 건, 저자가 자신의 실수와 부족했던 시절까지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종종 ‘완벽한 이미지’를 유지하려다 오히려 거리감을 만든다. 하지만 진짜 신뢰는, 그 사람이 실패를 어떻게 마주 했는지에서 생긴다. 나 역시 예전에는 결과물만 보여주고 과정은 감췄다. 하지만 요즘은 시행착오, 고민, 시행착오 속의 배움까지 함께 나누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더 깊은 대화와 관계가 만들어지고, 의외로 그게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준다. 퍼스널 브랜딩은 잘 포장된 자아를 세우는 게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진짜 이야기를 건네는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촉촉한 마케터』는 나에게 새로운 마케팅 기술서를 준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잡아준 나침반 같은 책이었다. 피할 수 없는 퍼스널 브랜딩의 시대, 내 이야기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닿게 할 것인지에 대한 힌트를 주었다. 이제는 브랜드 뒤에 숨지 않고, 내 이름으로 세상과 이야기할 준비가 조금은 된 것 같다.